일 년 전과 많이 달라진 하우스 안의 모습이다.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이 전혀 안 돼 있던 일 년 전과는 다르게 고량을 제외하고는 거의 멀칭이 된 상태로 토마토가 가득 메워져 있는 하우스 안에서는 이제 다양한 종류의 작물들이 사이좋게 자라나고 있다. 여러 가지 잎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하우스라서 더 유리할 거라는 생각에 감자도 조금 일찍 심어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임대 하우스라 망설이던 나무도 올해는 금귤나무와 레몬, 무화과나무 몇 그루 등을 들여 심어 놓았다. 아직은 시험 재배라 열매가 달리면 나만 실컷 먹을 수 있어도 좋겠지만 유실수 농사는 또 열매가 열리는 데까지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라고 하니 그 어려운 일은 또 해보려고 마음을 먹는다. 

정식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토마토. 양옆으로 다른 품종의 토마토가 자라고 있고, 앞뒤로도 다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토마토 사이의 멀칭은 작년 토마토의 잔사가 아직 남아 있다. (사진=김연주)

하우스는 무조건 유리할 거라는 생각은 역시나 착각이었다. 양파는 일찍 심은 조생종도 잘 자라지 못했고,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도 꽝이다. 병이 들었는지, 벌레 피해인지 영 자라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양파는 노지에서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낫겠다. 

토마토를 작년에도 뭣도 모르고 많이 심었다. 토마토뿐만 아니라 고추와 가지를 심어놓고 보니 모두 가짓과 작물이었다. 가지를 심고, 또 가지를 심고, 다시 다시를 심은 꼴이다. 다양하게 심었다고 나름 만족스러워했으나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반성을 하고 올해는 아직 토마토를 조금 심었다. 가지와 고추는 심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감자를 한 줄 심었는데 전체적으로 가짓과의 양이 반 이상 줄었다. 

토마토가 심어져 있는 사이에 있는 멀칭재는 작년의 토마토의 잔사다. 크게 자랐던 토마토 줄기도 이제는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사그라졌다. 토마토를 거두고 쪽파를 심었었고, 얼갈이도 심었었다. 작물이 자라고 수확하는 동안에도 잔사는 조금씩 몸을 녹여 토양에 양분을 제공해 주었으리라 믿는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나고 자란 모든 작물과 풀은 모두 되돌려주었다. 내가 먹은 것과 외부로 가져가 판매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시 그 자리에 있다. 지금은 커다란 양배추 잎들이 쓰러진 채 말라가고 있고, 상품이 되지 못한 상추가 덮여 있다. 이제 작물 사이사이에 흙이 보이지 않게 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옥발토마토를 닮은 감자잎. (사진=김연주)
감자잎을 닮은 옥발토마토. (사진=김연주)

토마토를 정식하던 날 얼마나 설레던지. 길지 않은 농민경력이긴 하지만 무얼 심으면서 이렇게까지 설렜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토마토는 가끔씩 사는 과일이었다. 대체로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과일은 종류별로 잘 사는데, 토마토 가격이 비싸서 딱히 마땅찮을 때 사는 과일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토마토 요리를 해보고는 토마토가 진정한 채소라는 것을 알았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보고, 계란과 함께 부쳐 먹으며 토마토가 채소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가 된장을 사랑하듯 토마토소스를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올해는 토마토 케찹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처음으로 토마토 씨앗 농사를 지을 때 가격이 너무 높아서 놀랐다. 의외로 토마토는 토종이라고 알려진 것도 있어서 올해는 토종 토마토를 비롯, 여러 가지 토마토를 채종한 씨앗으로 모두 육묘(묘목이나 모를 기름)했다. 두 가지 토종 토마토는 자가채종(자급용 종자를 직접 농가에서 생산하는 것)하고, 지인으로부터 에어룸 토마토 씨앗도 하나 받아 두었다. 

이 세 가지 토마토 씨앗을 비롯해 여러 종의 토마토를 씨앗부터 키웠다. 조금 일찍 육묘한 아이들을 먼저 정식한 뒤 순차적으로 정식하기 위해 지금 대기 중인 모종도 있다. 모두 작년에 받아 둔 씨앗으로 키운 것이다. 그리고 토마토 순을 따서 꺽꽃이도 해뒀는데, 꺽꽃이가 성공적이기만 하다면 육묘기간을 줄일 수 있겠단 생각에서였다. 

토마토를 잔뜩 심어놓고 벌을 들여놨었다. 벌이 없으면 수정이 안 된다는 주위의 충고를 착하게 받아들여 수정벌을 한통 입양시켜 놓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도 들이지 않았다. 토마토를 조금만 심기도 했거니와 내 하우스 안의 다양한 날벌레들이 충실히 일을 해주리라 믿는다. 

자가채종한 씨앗으로 육묘중인 토마토. (사진=김연주)
먼저 정식해 자라고 있는 토마토 곁순을 잘라 시험중인 꺽꽂이. (사진=김연주)
먼저 정식해 자라고 있는 토마토 곁순을 잘라 시험중인 꺽꽂이. (사진=김연주)

이제 토마토를 정식한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벌써 시장에는 토마토가 즐비하다. 색도 곱고 맛도 좋고 크기도 각양각색인 다양한 토마토가 빨리 열리기를 고대한다. 

처음에 육묘를 할 때는 씨앗마다 이름표가 있었고, 육묘판에도 이름표를 착실하게 붙여줬다. 하지만 정식할 때부터는 이름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심고 아직 잘 자라지 못한 것들은 다음에 조금 더 키워 심으려고 빼놓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이름이 섞여 도무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진 것이다. 

급기야 꺽꽃이를 할 때에는 잘 자란 토마토 순을 마구잡이로 따와서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 이름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어차피 열매가 열리고 나면 다 알게 될 텐데. 이제 꽃이 피고 알록달록한 토마토가 익어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를 설레게 하는 토마토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토마토는 맛있는 채소였어요!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6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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