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잘 자라준 주키니호박 (사진=김연주)
무심하게 잘 자라준 주키니호박 (사진=김연주)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주키니호박을 재배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사이트에 주키니호박 판매 글을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라는 주문이 들어오기는커녕 판매중지됐다는 메시지가 핸드폰으로 들어왔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주키니호박을 판매하는 사이트나 생산자가 있는지 검색했다. 세상에나, 그 어디에서도 그 어떤 생산자도 주키니호박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올 초 LMO 주키니호박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봤다. 한 종자회사에서 검역을 거치지 않고 들여온 LMO 종자가 판매됐다. 그 종자가 자라 주키니호박이 생산됐고 생산된 주키니호박은 여러 통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소비되고 있었다.

많은 양의 주키니호박이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만두에 속재료로 주키니호박이 어김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누가 애써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농민인 나조차도 가공식품의 속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잠시 놓친다. 가공식품 리스트들이 즐비하게 나열돼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기사가 여럿 있었다.

본의아니게 LMO 호박을 재배하게 된 농민에게 얼마간의 보상금이 전해지고 호박을 수거, 폐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 후 주키니호박은 LMO 종자일 가능성이 크니 재배하지 말라거나 먹지 말라거나 하는 경고는 없었다. 내가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식한지 한 달째 잘 자라고 있는 주키니호박(사진=김연주)
정식한지 한 달째 잘 자라고 있는 주키니호박(사진=김연주)

난 올해 주키니호박이 문득 재배하고 싶어졌고 조그만 씨앗봉투 하나를 사서 심었다. 주키니호박은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고 판매할 일에 뿌듯해 하기까지 했다.

소비자에게서 문의를 받고나서 씨앗을 구매했던 사이트에 들어가 LMO 종자가 아님을 알리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판매 글이 내려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언니네텃밭 사이트에 올린 판매 글은 중지 처분이 내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몇 되지 않았다. 나중에 또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의 호박씨앗은 8년 동안 판매됐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지금 이순간 나처럼 주키니호박을 재배하고 판매에 애를 먹는 농민이 많건 적건 있을 텐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은 GMO(LMO와 이를 제품화한 개체를 통칭)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텐데 유독 이번 호박사태에만 이토록 호들갑을 떨까?

그 어떤 GMO 식품에도 표시가 돼 있지 않으니 GMO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GMO 수입국으로는 1, 2위를 다툰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많은 GMO  콩과 옥수수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은 것이라 안전한 것일까? 아니면 고지의무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GMO 작물재배를 금지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는 큰 사건이긴 했을 수도 있다. GMO라면 콩이나 옥수수가 대표적이고, 토마토나 쌀, 연어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주키니호박이라니. 거의 모든 작물들이 GMO 종자이거나 연구대상으로 연구 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배했던 호박도 LMO 종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GMO 옥수수로 만든 과자를 먹고 GMO 사료를 먹고 자란 축산물로 식탁을 차리고 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로 튀긴 생선을 맛있게 먹고 있다. 이런 현실일진대 주키니호박을 수거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떤 근거인가?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이 씨앗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 확실하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종자회사에서 샀다는 것이 GMO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라도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의 식량은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한 것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애호박 씨앗은 괜찮은 것일까? 가지 씨앗이나 토마토 씨앗은 LMO가 아닐까?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가고 불안감도 더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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