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 총 14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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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늙은 쉐랜 촐 아니 먹나?
1. 메역은 비단이랏쥬제주시 내도동 해안에 두리빌렛당이 있습니다. 이 당의 주인은 용녀부인입니다. 내도동 웃당에 좌정하던 용녀부인은 매 년 음력 2월, 해녀의 숨비소리를 듣기 위해 두리빌렛당으로 내려옵니다. 동짓달에 되면 겨울 바람을 피해 다시 웃당으로 올라갑니다. 용녀부인은 왜 2월에 두리빌렛당으로 내려올까요? 해녀의 숨비소리는 1년 내내 들리는데 말입니다.용녀부인은 음력 2월부터 동짓달까지 열일하지만, 내도동 해녀들은 음력 2월이 지나면 기도빨이 떨어진다고 조용히 귀뜀해줍니다. 이는 아마도 음력 2월이 한 해 첫물질이 시작되는
연재칼럼고승욱2023-07-28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한 평 새왓', 들어보셨나요?
제주 한림읍 금릉리에 ‘수릉콪’이라는 해안지대가 있습니다. ‘콪’의 면적은 대략 5000평으로 작고 아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은 ‘콪’에서 제주 돌담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수릉콪’의 풍경을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집담’이 마을의 집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집담’ 사이로 길을 튼 ‘올래담’이 크고 작은 ‘밭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밭담’과 ‘밭담’ 사이에 ‘산담’이 여럿 자리하고 있네요. ‘밭담’의 끝에는 크고 건장한 ‘잣담’이 서 있습니다. ‘잣담’은 해변가의 곡식들을 지켜내기 위해 땅의 끝자락에서
연재칼럼고승욱2023-06-23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제주민중 100년의 역사, 제주공항
제주의 5월은 아름답습니다. 온갖 꽃들이 아름답고, 새순과 묵은순이 어우러진 나무의 녹색 향연이 아름답습니다. 제주의 5월은 분주합니다. 아름다운 제주를 즐기러 방문하는 사람과, 맞이하는 사람으로 분주합니다. 관광객들이 싱그러운 표정으로 제주의 5월을 향해 첫발을 떼는 곳, 제주공항입니다.하지만 관광객들에겐 낯선 제주민중의 역사가 제주공항 곳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재수의 난으로 대표되는 제주민중 저항의 역사가 새겨진 ‘진터왓’, 일만팔천 신을 영접하던 ‘오리정’, 일제의 정드르비행장 건설 이후 세 번의 철거로 지도에서 사라진 마
연재칼럼고승욱2023-05-26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성은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3성 9진은 조선시대 제주도의 방어체계를 이르는 말입니다. 3성은 제주성, 대정성, 정의성을 말하고, 9진은 제주의 주요 경계지역 9곳에 설치된 진성(鎭城)을 말합니다. 주요 임무가 해안경비였기에 9진은 대부분 해안과 인접한 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9진 중 하나인 ‘수산진’은 해안에서 약 5km 떨어진 내륙, ‘수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안방어와는 다른 수산진의 군사적 목적을 상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원(元)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했던 세계제국이었습니다. 원은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은 후 제주를 직할 통치하였습니
연재칼럼고승욱2023-03-31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검석속립-3
5. 제주해녀들은 자신의 일터를 바다밭으로 생각합니다. 땅의 밭과는 달리 바다밭에서는 공동어로가 행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다밭이 공유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바다의 상황이 해녀들에게 강한 결속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석속립에 붙여진 이름은 다양한 해녀들의 우정과 만나 새로운 이름을 낳았습니다. 기존 이름에 새로운 이름이 쌓이면서 ‘강한 결속’은 ‘부드러운 공존’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제주해녀들은 이러한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살리고 바다를 살렸습니다. ◼괭이밥북촌의 ‘무승기 바다’는 물살이 가장 쎈 곳입니다.
연재칼럼고승욱2023-02-26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검석속립-2
3. 검석속립은 화산활동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화산은 바다의 성격을 결정하기 전에 땅의 성격을 먼저 결정했습니다. 화산이 만들어 낸 제주의 토양은 대부분 박토(薄土)입니다. 제주 경작지의 0.5%만이 논이고, 나머지는 밭입니다. 논농사는 물로 하고 밭농사는 거름으로 한다고 합니다. 밭에 의지하여 살아야 했던 제주백성에게 거름은 죽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필생의 거름을 생산해 낸 것은 소와 돼지의 똥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와 돼지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바다에서 듬북을 건져 올려 모자란 거름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듬북과 함께 미역도
연재칼럼고승욱2023-02-25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검석속립-1
“제주도의 밭은 땅에 있는 만큼 바닷가와 바닷속에도 있다. 어부들의 바다밭이 있고, 해녀들의 바다밭이 있다. 같은 지점의 바다밭이라도 해녀집단들의 이름과 어부들의 이름이 다를 수도 있다. 바다밭마다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는 것은 바다밭이 아니다.”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2004) 1. 제주 목사 이형상은 자신의 책 『남환박물』에 검석속립(劍石束立)이라는 문장을 남겼습니다. 제주해안을 둘러싼 검은 현무암을 보고 ‘검처럼 날카로운 돌들이 묶어놓은 듯 서 있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제주는 화산섬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분
연재칼럼고승욱2023-02-24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난대성-3
6. 추사의 세한도는 조선 문인화 중 최고의 그림으로 상찬 받고 있습니다. 세한도는 문인화적 가치와 더불어 고증학적 가치도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운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당대 청나라 문사 16인으로부터 찬사의 글을 받았다는 점, 일제 말기 세한도 소장자의 집이 동경 폭격으로 불타기 직전 세한도가 손재형에 의해 무사히 한국으로 귀환했다는 점. 이러한 우여곡절이 세한도의 본래 가치에 덧대어져 세한도를 더욱 보배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난대성의 관점에서 세한도에 대한 저의 안타까움은 세한도에 제주가 없다는 점입니다. 송백(松柏)
연재칼럼고승욱2023-01-28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난대성-2
3. “요 네 상착 부러지면 선흘곶디 곧은 남이 없을쏘냐” ‘해녀 노 젓는 소리’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네’는 ‘노’, ‘상착’은 노의 상단 부분, ‘곧은 남’의 ‘남’은 ‘나무’를 말합니다.‘서거미오름’(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은 동쪽으로 흘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만들었고, 서쪽으로 흘러 ‘선흘곶’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선흘곶은 현재 동백나무로 유명하지만, 과거 선흘곶의 우점종은 ‘곧은 남’, 난대성 교목이었습니다. 그중 가시낭(가시나무)은 오래 전부터 선흘곶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다음은 고광민 선생께서 들려주신 선흘곶
연재칼럼고승욱2023-01-27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난대성-1
1. 조선은 ‘마적오통(馬籍五通)’이라 하여 제주마(齊州馬) 관리를 5개 부처(감목관, 제주목사, 전라도관찰사, 사복시, 병조)로 분산하여 감독하였습니다. 이는 조선의 첫 임금, 태조 때의 일입니다. 임금에게 바치는 공마(貢馬)는 매년 200여 필입니다. 식년(3년)에 한 번 300여 필을 추가하여 총 500여 필을 바칩니다. 물론 500필을 넘기는 해도 적지 않습니다. 탐라순력도의 공마봉진은 식년이 아닌데도 공마의 수가 433필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제주목사 이형상은 『병와전서』에 다음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제주에서 마정(馬政
연재칼럼고승욱2023-01-26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바구니
※이 글은 고광민 선생의 저서, 『한국의 바구니』와 『東의 生活史』를 읽고 쓴 바구니에 대한 감상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바구니의 이름과 쓰임은 모두 위 저서를 참고했습니다.1. 천을 짜는 전체 과정을 ‘길쌈’이라 합니다. ‘길쌈’에서 ‘쌈’은 무슨 뜻일까요? 먼저 ‘삼다’의 쓰임을 보면 ‘너를 자식 삼아’, ‘실패를 거울 삼아’, ‘책을 벗 삼아’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삼다’는 ‘무엇을 무엇으로 여기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둘이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길
연재칼럼고승욱2022-12-30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궤의 상징
1. ‘궤’라는 제주말이 있습니다. ‘궤’는 자연적 ‘굴’, 특히 바위틈에 생긴 빈 공간을 말합니다.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것까지, 크기와 상관없이 ‘궤’라고 부릅니다. 딸이 시집갈 때 아버지가 만들어주는 ‘반닫이장’ 또한 ‘궤’라고 합니다. 정성과 여유가 있는 집은 값 비싼 굴무기(느티나무)나 사오기(산벚나무)로 ‘궤’를 만들었고, 정성은 많지만 어려운 집은 마당에 심어놓은 먹쿠실낭(먹구슬나무)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굴무기로 만든 ‘궤’를 높이 쳤지만, 사오기로 만든 ‘궤’ 또한 고급이었습니다. 제주 ‘궤
연재칼럼고승욱2022-11-25 -
[요망진팩트_몰맹진상상]지미단풍
1. 귀뚜라미가 우네요. 내일 아침 듣게 될 아나운서의 멘트 같지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은 대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하늘이 맑아 천고하다고 합니다. 마비는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기보다는 말이 살을 찌워야 하는 계절이란 뜻이겠죠.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뭇짐승들에게 가을은 에너지 보충을 위한 라스트 챤스이니까요. 너무 따졌나요? 귀뚜라미가 웃네요..가을은 뭐니 뭐니해도 단풍의 계절입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엔 단풍이 없습니다. 어릴 때 그림을 곧잘 그렸는데 이상하게도 가을 단풍을 그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연재칼럼고승욱2022-10-28 -
남판돌판 고남상태자 하로산또
한라산에서 아홉 형제가 솟았으니 이들을 ‘하로산또’라 부른다. 아홉 형제는 아홉 마을의 모심을 받고 각 마을의 본향신이 된다. ‘화순곶자왈’을 끼고 있는 안덕면 상창리에 좌정한 여덟 번째 ‘하로산또’는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남판돌판 고남상태자 하로산또’... ‘고남상태자’는 ‘꽃나무 상태자(上太子)’를 말하는 것이고, ‘남판돌판’은 ‘나무판 돌판’이란 말이다. 그럼 ‘나무판 돌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제주에는 마을 이름이 ‘세화’인 곳이 두 군데 있다. ‘구좌읍 세화리’와 ‘표선면 세화리’. 두 ‘세화’는 한자 표기
연재칼럼고승욱202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