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간선급행버스 체계와 '섬식 정류장'
제주도는 11월부터 좌우로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양문형 저상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우선 올해 72대를 도입하고 총 171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출입구가 양방향이기 때문에 도로 중앙에 있는 하나의 섬식 정류장에 정차할 수 있다. 섬식 정류장은 현재 중앙 버스차로제의 정류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양쪽 노선을 하나의 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섬식 정류장은 제주도가 거점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간선급행버스와 함께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제주도가 새로운 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교통약자의 이동 불편을 개선할 것이라 기대됐다. 현재 제주도는 교통약자들을 위해 저상버스를 일부 운영하고는 있지만, 버스 정류장 바닥과 버스 출입구 바닥의 높이 차이가 커서 저상버스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상버스와 따로 노는 정류장
버스 출입구와 정류장 바닥의 높이 차이가 적고, 수평에 가까울수록 승객들은 편하게 버스에 타고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현 버스 정류장 바닥과 차도의 높이 차이는 20~25cm 수준이다. 제주도가 도입할 저상버스는 공차 기준 37cm이다. 버스 출입구와 정류장 바닥 간 높이 차이가 12cm에 달한다. 제주도가 저상버스를 일부 도입해 운영 중이지만 휠체어 이용자들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다.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높이 차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 등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이와 같은 지적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대안도 나왔다. 해외에서는 정류장 바닥의 높이를 버스 바닥 면과 수평하게 맞춰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례들이 확인된다. 이런 사례들은 대중교통 혁신 사례로 꼽힌다. 제주도는 대중교통 혁신을 위해 간선버스급행 체계와 섬식 정류장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도가 섬식 정류장을 도입할 때 정류장과 버스 출입구 바닥의 높이 차이가 없는 설계를 반영할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용역진은 정류장 바닥 높이를 25cm로 설계했다. 그동안 제주 장애인 및 시민사회가 개선하라고 요구해온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된다. ‘고급간선급행버스체계 표준 가이드라인’은 정류장 높이를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1) 고급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의 높이와 간격은 자동차 관련 기준과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자와 짐 소지자가 승하차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치해야 한다.
(2) 정류장 바닥면의 높이는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자와 짐 소지자가 승하차에 불편함이 없도록 저상버스 바닥면과의 차이가 2.0㎝ 이하가 되어야 한다.
(3) 정류장 연석과 저상버스 바닥면과의 간격은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자와 짐 소지자가 승하차에 불편함이 없도록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발판 등 수평 승하차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정류장 바닥과 버스 바닥 높이 차이를 2cm 이하가 되도록 정류장을 설계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진은 섬식 정류장 승차대 바닥 높이를 25cm로 설계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일반적인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제시했다. 일반 도로 관련 지침을 제시하면서 국토부의 '고급 간선급행 버스 가이드라인'은 무시한 것이다.
# 정류장과 버스 출입구 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버스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내리면 리프트가 휘어진다. 그래서 정류장 바닥 높이를 버스 출입구와 수평하게 맞출 수 없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섬식 버스 정류장의 바닥 높이에 대한 지적에 김영길 제주도 대중교통과장은 위와 같은 논리를 들었다. 사실일까? 제주투데이는 제주도가 도입할 양문형 저상버스를 생산하는 업체에 확인해보았다. 정류장 바닥이 버스 출입구 바닥과 수평하면 문제가 발생할까? 우진산전 관계자에게 김영일 과장의 말이 사실인지 물었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정류장과 버스 출입구 바닥의) 높이가 딱 맞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도입할 양문형 저상버스 업체 관계자가 직접 수평 승하차 가능한 정류장 설계의 필요성을 확인해준 셈이다.
제주도가 도입할 우진산전의 전기 저상버스는 정차 시 정류장 쪽으로 차체를 기울이는 닐링(kneeling)이 가능하다.(닐링 기능을 도입한 저상버스는 많지만 고장 등 이슈가 있어 해당 기능을 잘 이용하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차체를 기울이고 다시 세우는 데도 시간이 소요된다. 버스 노선 전체 이동 속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류장의 높이를 버스 출입구 바닥과 차이가 거의 없도록 설계하면, 교통약자를 비롯한 이용자 모두가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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