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탐라복지관 인근 섬식 버스정류장 공사 현장(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탐라복지관 인근 섬식 버스정류장 공사 현장. (사진=김재훈 기자)

오영훈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간선급행버스 사업이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급하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섬식 버스정류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고 자평했지만 그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도는 지난 3월 11일 '대중교통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마련 및 기본 실시설계용역'을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8일 뒤인 19일 개찰이 완료됐다. 도화엔지니어링이 사업을 따냈다. 입찰 금액은 12억3189만원에 달한다.

(사진=나라장터 국가전자조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나라장터 국가전자조달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도의 교통 시스템의 큰 축을 건드리는 사업인 만큼 충분히 연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기준마련 및 설계 용역' 과업지시서 상 과업 기간은 1년이다. 이와 같은 용역은 통상 중간보고, 최종보고를 거치게 된다. 사업에 대한 도민 의견도 구한다.

통상적인 사업의 추진 과정을 보면, 사업 설계 용역의 최종보고가 이뤄진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거친 후 공사를 입찰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해당 설계 용역을 개찰한 지 불과 3개월 만인 6월 20일, '제주 BRT 섬식정류장 쉘터 설치사업(협상)_가격협상' 공고를 올렸다.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다. 이 계약은 전주시에 있는 주식회사 유니온씨티가 따냈다. 유니온씨티가 입찰(제시)한 금액은 7억8012만원이다.

(사진=나라장터 국가전자조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나라장터 국가전자조달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제주시 탐라복지관 인근 섬식 버스정류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설계용역 발주 7개월 만이다. 최종보고까지 5개월이 남은 상태다. 제주도는 지난 4월, 현재 섬식 정류장 공사를 시작한 서광로 구간(3.1㎞)을 2025년 4월에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대중교통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마련 및 기본 실시설계용역'의 과업기간(1년) 직후다.

그 이후로도,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그런 만큼 첫단추를 잘 꿰어야 했다. 제주 지역 대중교통의 미래를 좌우하는 공사를 착공하기 전에 설명회나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적인 자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의무화하지 않다았다. 제주도 대중교통과가 작성한 과업지시서를 보면 설명회나 도민 의견 수렴 자체를 의무화 하지 않았다. '필요시' 수렴하도록 했다. 애초부터 적극적인 도민 의견 수렴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도민 의견 수렴 없이 섬식 정류장 공사가 시작됐다. 

'대중교통 섬식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마련 및 기본·실시설계 용역' 과업지시서 중

  ❍ 관계기관 협의 및 의견 수렴

   - 필요시 국토교통부 및 관계 행정기관 협의

   - 관계기관 요청서류 작성

   - BRT 종합계획 등 관련 계획 반영을 위한 제출자료 작성

   -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 관련자료 작성

   - 필요시 전문가 자문위원회 개최 운영

   - 필요시 주민설명회 등 주민의견 수렴

   - 그 밖에 우리도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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