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대중교통 체계 혁신을 내세우며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 및 양문형 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교통약자 및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에서 아쉬운 면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29일 오후 탐라장애인복지관 인근 도로의 섬식정류장 준공에 맞춰 현장에서 기자 브리핑을 실시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318억원을 들여 BRT 고급화 사업을 추진한다.
중앙차로에 섬식정류장을 조성하고 지하철처럼 양쪽으로 문이 열리는 양문형 저상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내구연한이 다 돼 폐차할 버스를 양문형 저상버스로 교체하는데, 올해 72대를 시작으로 3년 동안 총 171대를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간선버스 이동 속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고 섬식정류장을 설계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제주도가 BRT 고급화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의 편의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저상버스는 바닥면의 높이를 낮춰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타고 내릴 때 편의성을 높인 버스이다. 정류장 바닥과 버스 바닥 면의 높이가 수평에 가까울수록 휠체어 등을 이용할 때 용이하다. 하지만 단차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저상버스의 틸팅 기능을 이용해 섬식정류장 방향으로 차체를 낮게 기울여야해야 단차를 약 5cm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저상버스들도 이 기능을 갖고는 있지만 정작 사용하지는 않는다. 정류장 높이를 12cm 가량 높여서 버스 바닥과 수평하게 만들면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 대중교통 이용자 누구나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탐라장애인복지관 인근 섬식정류장에는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노출됐다. 점자블록을 설치했으나 시각장애인 보행 경로 한 가운데에 가로수를 심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가로수를 빙 둘러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휠체어도 마찬가지다. 섬식정류장 설계 시 장애인 단체 및 시민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결과,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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