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모두를 위한 무장애 관광 산업 육성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광객과 도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즉, 버스에 있어서는 문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두가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설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15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2024 모두를 위한 제주 여행상품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하여 5개의 우수 여행상품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전은 관광 약자를 위한 특화 여행상품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여행상품을 발굴이 목적이다. 무장애 관광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관광대상에 맞는 기획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도와 공사는 선정된 여행상품에 대해 상품개발비와 홍보마케팅 지원, 무장애 관광 전문기관의 교육·컨설팅 및 관련 사업과의 연계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개별적 관광 사업 및 업체에 대한 지원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장애 관광객 등 교통약자는 물론 모든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대중교통 환경 개선에는 뒷전이다. 특히, 제주도가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간선급행버스 체계와 용역 과정에서 교통약자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고, 실제로 이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저상버스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버스 정류장 설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버스 정류장 바닥 높이는 약 15~25cm로, 저상버스의 출입구 바닥 높이인 37cm와 이상의 12cm의 단차가 발생한다. 현재 제주 버스 정류장 설계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휠체어 이용자나 유아차를 끄는 부모, 고령자 등이 버스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의 버스 이용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국토교통부의 '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표준 가이드라인'에서는 정류장 바닥과 버스 출입구 바닥의 높이 차이를 2cm 이하로 맞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정류장 바닥 높이를 기존과 동일한 25cm로 설계했다.
이에 대해 김영길 제주도 대중교통과장은, 정류장과 버스 출입구 높이를 맞추면 휠체어 리프트가 휘어질 수 있어 수평으로 맞출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제주도가 도입할 양문형 저상버스 제작사인 우진산전 관계자는 "정류장과 버스 바닥 높이가 딱 맞으면 더 좋다"고 말한다. 기껏 도입한 저상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제주. 언제쯤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할지, 섬식 정류장을 비롯해 도내 버스 정류장 높이 설계를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이 곧 무장애 관광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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