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위 '나으리'들에게 버스는 '체험'용?

서광로 BRT 섬식정류장 및 양문형버스를 본격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아직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대중교통 체계 변경 때마다 빚어지는 일이다. 실제 운용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는 빠르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같은 문제점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먼저 도민의 발인 대중교통에 대한 공직자들의 인식이다. 제주도는 16일 "제주특별자치도 간부공무원들이 최근 새롭게 선보인 제주형 버스급행체계(BRT) 서광로 구간을 직접 체험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대중교통을 점검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교통정책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오영훈 지사와 도 본청 실국장, 직속부서장 등 간부공무원 20여 명이 서광로 BRT 구간과 제주버스터미널 섬식정류장 내 시설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했다"고 한다. 오는 21일에는 제주시청 간부공무원 대상 시승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제주도 고위 공직자들의 귀하디 귀한 발걸음이다. 서민의 발인 버스를 '체험'해 주시니 감개가 무량하달까. 은혜롭다. 제주도는 이번 '체험'을 두고 "공직자가 도민 눈높이에서 대중교통을 경험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고 자랑스레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에 대한 제주도 공직자의 '눈높이'와 도민의 '눈높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버스는 가끔 '체험'하는 정도인지도. 이들이 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해왔다면 '체험'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지금의 제주의 대중교통 정책이 버스 이용 당사자의 '눈높이'가 아닌 고위공직자의 '눈높이'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고위공직자의 버스 이용 자체가 '체험'이라고 표현될 지경인데,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 수밖에 없겠다. 제주도는 현재까지도 양문형버스 입구에 휠체어 탑승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양문형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인가.

제주도 교통위원회 소속 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교통약자 배제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제주도 교통위원회에는 제주 장애인 단체 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엔지니어와 전문직이 주를 이룬다. 교통약자 당사자가 교통위원회 위원이 되어서는 곤란한 것일까. 제주 교통약자는 제주 대중교통 관련 의제를 자문하거나 심의할 능력이 없는가. 고위공직자 '나으리'들의 '눈높이'에 그들은 모자란가.

다음은 제주도 교통위원회 명단이다. 새로 위촉하는 교통위원들 중에서는 대중교통을 체험용이 아닌 실제 이동 수단으로 삼고 있는,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만 여러 문제들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교통약자들이 많이 들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