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과의 개탕지낭은 탱자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원산지는 남중국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의 곶자왈 숲과 자연 목초지의 경계에서 띄엄띄엄 자생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나무는 2~ 3 미터 크기의 관목이며 잎지는 낙엽수다.
어린줄기와 가지는 진록색으로 이파리와 가지와 어린 열매의 색깔이 같다. 이파리의 크기는 어른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매우 작다. 열매에는 복숭아털처럼 잘고 보드라운 털이 촘촘하고 가을에 노오랗게 익었을 때는 그 향이 매우 짙다.
동글동글한 열매는 골프공 크기이며 씨가 가득 들어있다. 익은 열매의 맛은 매우 시고 향은 매우 좋아 먹어보면 잇몸에서 신물(제주말로 닛치름)이 질질질 흐르게 한다. 줄기 가지에는 어른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로 가시가 무섭게 돋아있다.
남중국 강남지역이 원산지라고 하는 탱자는 그곳 원산지에서는 ‘개귤’이라 한다. 귤나무도, 탱자나무도 운향과다. 귤나무와 생명적 친화력도 매우 좋아서 탱자나무에 귤나무를 접붙이면 탱자나무의 강인한 뿌리에서 땅에 양분을 빨아올리고 귤나무의 넓은 잎이 광합성을 제대로 하여 귤을 많이 달리게 한다.
이렇게 특별한 개탕지낭이 제주에는 어느 시기에 오셨을까? 농업 관련 유입식물 서적들을 뒤져보아도 그 시기나 과정을 알기 어렵다. 다만 강남에 귤나무를 강북에 심었더니 탱자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는 조선의 강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제비가 왔다가 되돌아가는 남중국 따뜻한 나라 강남을 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선의 개성 강남에서 귤이 재배되었다면 호남평야와 김해평야는 배나무와 사과나무를 심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시대 제주에서 재배된 귤은 진귤(청귤), 병귤, 뎅유지 등이다. 탱자나무에 접붙인 귤나무는 그 귤나무를 밑둥에서 베어내도 뿌리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귤나무를 베어낸 뿌리 부분에서는 탱자나무가 자란다. 땅속으로 뻗어간 뿌리를 땅에 박힌 채로 조각조각 잘라내면 거기서 여러 개의 탱자나무 새순이 자란다. 이것이 탱자나무의 생명력이다.
조선시대 개탕지낭은 어떤 용도에 쓰였을까? 조선의 대표적인 유배지는 강화도와 제주도인데 나라에 바른말 하던 선비들도 유배를 보내고 반정 음모에 가담한 대신들도 유배를 보낸다. 죄의 경중에 따라 매우 무거운 죄를 지으면 위리안치를 시킨다.
위리안치란 유배지에서조차 이웃과 내통할 수 없도록 삼엄하게 울타리를 에워싸는, 요즘으로 치면 독방 신세를 말한다. 담장에 개탕지낭을 둘러쳐서 바깥출입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탱자나무는 잔가지가 촘촘하고 가지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하다. 우거진 탱자나무 가지 사이로는 새 한 마리도 날아갈 틈이 없을 정도다. 제주에는 목장지대에 개탕지낭이 유독 많이 남아있는 걸 보게 된다.
동의학에서는 탱자를 구귤 또는 지실이라 한다. 나무껍질을 지각이라 하고 뿌리껍질을 지근피라 한다. 제주에서 개탕지라하는 것은 남중국 본토에서 개귤이라 하는 것과 동의학에서 가시를 뜻하는 지실, 지각을 합성한 말이다.
조선총독부가 조선 지배 시절 그들이 제주에서 귤나무를 재배하여 수탈해가던 씨 없는 온주귤이 1960년대 우리 정부의 권농기를 맞아 귤 농사는 황금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1960년대 들어 서귀포를 중심으로 하는 감귤묘목 생산기술과 재배면적이 날로 늘어가게 된다.
단 300평 정도의 밭에다가 귤 묘목만 구입해서 키울 여력이면 공무원같은 직업은 시시해서 안한다는 젊은이가 있을 정도로 그 당시 각광 받는 직업이 감귤농업과 감귤묘목 생산업이다. 씨 없는 감귤묘목을 대량생산하는 데 대목으로 쓰이는 개탕지낭 마저도 덩달아 황금작물이었다. 땅 한 평에 몇십 원 몇백 원 할 때 감귤묘목이 몇백 원했다. 탱자나무 묘목만 재배해도 시골에서 부자농부가 탄생하던 시절이다.
제주에서도 감귤농가가 띄엄띄엄 있던 그 시절 노오랗게 귤 익는 계절이면 아이들은 담장 너머로 기웃기웃 서리할 기회를 노린다. 아이들이 모자 하나씩만 벗어 귤을 채우고 나오면 귤밭 주인은 큰돈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귤밭들은 성담을 높이 두루고 개탕지낭을 담장 둘레에 심게 된다. 개탕지낭의 진가가 더한층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시절은 탱자나무 묘목만 있어도 탱자탱자 하며 여유롭게 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감귤이 천대받는다. 감귤이 천대받으니 탱자나무도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약재로 활용한다면 척박한 땅 어디에나 잘 자라는 개탕지낭은 또하나의 한약재 자원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열매는 6월부터 8월까지 채취하여 썰어 말리면 된다. 씨앗이 굳기 전에 어린 열매가 약효가 좋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을 멈추게 하고 배에 바람든 것처럼 빵빵한 복부 팽만증에도 약으로 달여 마신다. 말린 열매 20그램을 물 4홉에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두 번이나 세번 공복에 마신다.
가을에 노랗게 익은 열매를 따서 술에 담갔다가 한 잔씩 약주로 마시면 그 빛깔과 향이 아주 좋다. 열매를 딸 때는 가시가 독하므로 밑에 망사를 깔고 손잡이가 긴 집게를 이용해서 털어낸다. 탱자나무, 개탕지낭은 앞으로 생약자원 식물로도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탱자나무의 꽃말은 추억, 추억을 다시 살려보자.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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