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탈목 꽃 핀 모습. (사진=송기남)
통탈목 꽃 핀 모습. (사진=송기남)

속칸낭은 두릅나무과 상록광엽 떨기나무 통탈목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속칸’은 속이 타들어갔다는 뜻으로 나무속이 비어있음을 속상함에 비유하여 속이 타들어 간 듯 구멍이 나 있음을 말한다. 나무를 잘라보면 스펀지처럼 폭신하고 하얀 속심이 가운데는 비어있음을 볼 수 있다.

키는 2~3m 정도로 자라며 이파리는 어린아이 우산 크기만큼 넓고 크며 손바닥을 벌린 듯 갈라져 있다. 나무 줄기는 연한 갈색이며 줄기 껍질은 세로로 갈라져 있고 줄기의 굵기는 보통 사람의 종아리 굵기 정도다. 잎의 뒷면에는 연노란색의 잔털이 있고 11월부터 꽃대가 가지끝에 올라와 12월과 1월 초까지 핀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꽃피고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속칸낭은 서귀포의 외돌개와 삼매봉을 비롯하여 제주시 사라봉 해안에서도 무더기로 자라는 나무다. 제주도 해안선에는 어디든지 4계절 자라는 나무로서 푸른 바다와 검은색의 화산 암초들 사이로 바닷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강하게 버텨온 나무이다.

이 나무의 주산지는 동아시아 남반부의 온난한 아열대성 식물로서 제주도가 남태평양 북방한계선과 북태평양 남방한계선의 경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제주도에서도 따뜻한 해안선에만 자생하는 식물이다. 

통탈목. (사진=송기남)
통탈목. (사진=송기남)

1960년대부터 제주도에 관광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이후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제주도 내 가로수들이 이상하게 심어진 적이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져온 워싱턴 야자수들을 거리 곳곳에 심어놓고 ‘제주의 모습이 이것이다’라고 억지로 자랑했었다. 워싱턴 야자수는 키가 위로만 자라지만 한여름 더위에 그늘도 만들지 못하고 볼품없이 자라는 나무다.

그러나 속칸낭은 키가 너무 자라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이면서 연한 녹색의 광엽 이파리는 토종이면서도 정말 이국적인 정취를 가지고 있는 나무다. 나무는 생명력이 강하면서도 관리하기가 매우 쉽고 해풍에도 강한 것이 장점이다.

이런 아름다운 토종나무를 가지고 제주도 내 해안도로와 해수욕장 주변에 심으면 이글거리는 한여름 태양 아래도 얼마나 싱싱한 그늘이 될까? 뿐만 아니라 한라산에 하얀 눈이 내리는 동지섣달 정이월에도 늘 푸른 이파리가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거리의 모습들은 얼마나 제주적이면서 이국적일까?

나무 한 그루도 없고 사막같이 썰렁한 가파도와 마라도에도 제주 토종 상록수로서 해풍에 강한 몇 가지 수종들을 섞어심기하여 제주도 남방 끝까지 푸르게 하면 오죽이나 좋을까?

통탈목 나무줄기. (사진=송기남)
통탈목 나무줄기. (사진=송기남)

제주도의 가로수 정책과 공원 녹지정책도 이제는 융통성을 발휘할 때다. 녹봉을 받으며 현실에 안주하다가 다른 자리로 떠나면 그뿐인 공직이어서는 안 된다. 기후 식생에 대한 전문지식을 갈고닦지 않고 조경업자와 건설업자들 농간에 휘둘리다가 퇴하는 자리여서는 아니 된다.

제주도 내 해발 100m 이하 해안선에 가로수로서 아름다운 풍치와 파라솔 같은 그늘을 생각하면서 토종식물을 심어야 할 것이다. 해안선을 벗어나는 도시 외곽도로와 어울리는 또 다른 토종식물로 도로의 경관을 살려야 한다.

또 도심지 도로에는 공해에 강하면서 그늘과 햇빛을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반면에 중산간 지대의 도로나 공원 녹지조성에도 거기에 어울리는 수종을 선택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통탈목의 제주식 이름은 속칸낭이지만, 동의학에서는 ‘통초’라하여 막힌 기혈을 뚫어 통하게 한다 하였다. 통탈목(속칸낭)은 공해를 정화해주는 식물로서도 가치가 높고 관상수로서도 결코 품격이 떨어지지 않을 나무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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