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듸는 다래나무과 덩굴성 목본식물 야생 참다래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참다래의 껍질은 원숭이털 색깔의 갈색 털이 복숭아털처럼 돋아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뜻하는 미후와 복숭아 도를 합성하여 미후도라 하였다.
우리 동의학에서도 뿌리와 잎을 미후리라 하고 열매를 연조자라 하였다. 매의 속살이 부드럽고 연하다는 뜻이다. 원산지로서의 주 자생지는 우리나라와 중국이다. 특히 우리나라 제주도 에는 곶자왈 지대에 지천으로 자생했으나 현재 멸종 직전의 식물이다.
지금 세계 과일 시장에서 최고의 건강 과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그린키위, 레드키위, 제스프리 골드키위 등의 모든 키위 종류는 한국과 중국에 자생하는 참다래를 원종으로 뉴질랜드에서 품종개량하여 만들어진 과일들이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이 동양의 야생 참다래가 서태평양 뉴질랜드로 건너가게 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120여년이 가까운 1900년대 초에 뉴질랜드의 왕가누이 여자대학 학장이었던 메리 프래이저 교수가 중국 후베이성 이창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참다래의 탄력 있고 단단한 줄기식물이 달리는 열매가 신기하여 본국으로 가는 길에 씨앗을 가져가서 학교 정원에 그늘용으로 심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하얀 꽃이 피고 작은 열매들이 달린다.
말랑말랑 익은 열매들이 맛있게 익어서 그 맛을 알게 된 농부들이 농장에서 재배를 하게 된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조용히 있던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의 중심에 전쟁 참전국이된다.
일본으로부터 진주만을 공격받은 미 육군은 서남 태평양의 뉴질랜드로 거점 진지를 구축하게 돼고 이때 참다래 맛을 알게 된다. 2차대전 이후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참다래는 인기 과일로 부상하면서 수입하게 된다.
초창기 뉴질랜드에서 참다래는 멜로네트라는 이름이 생겼지만 미국에서 다른 과일과 이름이 중복되어 무역 관세가 높아지므로 다른 이름을 요구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원주민 언어로 키위새 를 뜻하는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그러면 참다래를 제주말에서 죽은듸라함은 무슨 뜻인가? 장소를 가리키는 제주말에는 ‘이곳’,‘저곳’을 ‘이듸’, ‘저듸’로 표현한다. 그래서 참다래(죽은듸)는 다래나 쥐다래 같은 조생종에 비해 훨씬 늦가을에 익는 만생종이다.
늦가을에 숲에 가면 모든 열매와 나무 잎사귀들이 지고 빈 가지만 앙상하다. 그 앙상한 빈 가지에 찬바람 맞으며 익어가는 참다래가 있다. 가을이 초겨울로 접어들기 직전 원숭이털 색을 가진 작은 열매들이 쪼글쪼글 말랑말랑하게 익어 새콤한 맛에서 단맛으로 변하면 끝에 상처를 내어 쪽쪽 빨아먹고 껍질만 버린다.
이것을 다른 다래열매에 비교해서 이파리가 시들어 죽은 곳에서 열매를 구한다하여 순수한 제주말로 죽은듸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야생 다래나 야생 참다래를 키위에 비교해서 방울키위라 해야 할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방울다래라는 다래는 애초에 없었고 다래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방울같이 작은 야생다래를 다래, 또는 토종다래, 야생다래로 하고 서남태평양 뉴질랜드에서 품종개량해 들어온 키위를 우리식 이름으로 한다면 개량 왕다래라 하고 래드키위는 붉은 왕다래, 그린키위는 녹색왕다래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래, 참다래, 키위를 포함 껍질이나 크기를 제외한 과육과 씨앗은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 전통 의학에서는 습열을 제거하고 결석을 녹이며 폐암과 유방암에도 약재로 쓴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후유증 치료에도 약으로 쓴다.
옛날 제주사람들은 다래나무의 긴 수염뿌리를 뜯어다가 신발을 만들어 신기도 하였으며 나무 또한 여러가지 생활 공예품으로 이용해왔다. 곶자왈 생태계를 원형보전하여 사라져갈 위기의 자원들을 다시 살리고 그 자원들을 이용한 소득 창출과 문화 전승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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