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 (사진=송기남)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는 양하의 제주말이다. 생강과 식물이며 열대 아시아와 남중국 온난지대 지방에서 자생하던 식물이다. 땅속 지표면을 옆으로 기면서 뻗어가는 뿌리줄기는 마디마디 털뿌리를 땅 밑으로 내리는 다년생 식물이다.

봄에 뿌리줄기에서 비늘줄기로 돌돌 말린 손가락 굵기의 줄기가 지상으로 솟아 수직으로 자라면서 이파리가 펴지기 시작한다. 한여름철 1m까지 자라는 줄기는 양쪽으로 20~30㎝의 길고 넓은 이파리가 여러 개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한라산 해발 700고지 아래서 자생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양애가 발견되는 곳은 대부분이 사람이 살았던 집터들이다. 이는 제주의 제례 문화에서 한가위 명절이면 고사리와 함께 차례상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채소가 바로 양애 탕쉬다.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 (사진=송기남)

제주말에서 ‘탕쉬’는 끓는 물에 삶아서 양념 무친 채소를 말한다. 고사리 채소는 고사리 탕쉬, 호박무침은 호박탕쉬, 콩나물 무침은 콩질름탕쉬, 양애 무침은 양애끈 탕쉬(서귀포지역) 또는 양애깐 탕쉬(제주시 지역)라 부른다. 

제주에서는 옛날부터 초가집 처마 밑에 심었는데 집 뒤쪽으로는 양애를 심고 측면으로는 키가 자라지 않는 돌창포를 심었다. 지붕에서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제주에서는 지슷물이라 하였다. 물 떨어지는 곳에 땅이 파지면서 집안으로 물이 드는 것을 단단한 뿌리가 땅을 굳게 잡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봄철에 수직으로 올라오는 양애순은 가위로 슥슥 베어다가 거친 겉껍질만 일부 벗기고 끓는 물에 데쳐 무침나물로 먹거나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독특한 향내에 신선의 밥맛을 느낄 수가 있다.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 (사진=송기남)

말매미 울음소리에서 아침저녁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음악이 바뀌는 늦여름과 초가을이면 양애는 잎줄기와 따로 뿌리줄기에서 진붉은 보라색 계통의 양애끈 또는 양애깐이라 하는 꽃봉오리가 솟아나서 노란 꽃을 피운다.

엄지손가락 크기부터 달걀 크기의 뭉툭한 꽃봉오리는 여러 개의 꽃을 하나씩 하나씩 피우고 시들면서 꽃이 다 피어 시들고 나면 단단하던 꽃봉오리는 물러지게 된다. 이 꽃봉오리를 노란꽃이 피기 전에 채취한 것을 최고의 상품으로 친다.

너무 진한 겉껍질은 벗겨내고 연붉은색의 양애를 세로로 찢어서 끓는 물에 삶아낸다. 참기름과 깻가루에 소금이나 간장을넣고 버무리면 이보다 더한 신선의 밥상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볶은 참깨를 양념으로 쓸 때는 반드시 빻아서 가루내어 쓰는 것이 좋다. 참깨를 가루내지 않고 통깨로 먹으면 우리 몸에 그 좋은 영양소가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를 일년 내내 먹기 위해서는 살짝 데친 후 냉동보관하거나 장아찌를 담아서 먹을 수도 있다. 양애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뒀다가 돼지고기 요리나 다른 반찬을 할 때도 쓰면 좋다. 

양애는 특히 여성들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고 약재다. 양애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피를 돌게 한다. 생리불순을 바로잡아주고 백대하 냉증을 다스리는 데도 중요한 한방 의사님이시다.

양애 뿌리는 가을부터 봄까지 캐어 씻어 말린 것을 잘게 썰어 차로 끓여 마셔도 생강향이 나면서 생강차보다 부드러운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양하는 열대지방에서 온난지대 지방까지 재배가 가능하지만 추운 지방에선 자라지 않는다.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뿌리를 넓게 떠서 얇게 흙을 덮고 심으면 2년이 지날 즈음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양애. (사진=송기남)
양애. (사진=송기남)

요즘에 와서 양애는 식품과 약재로서뿐 아니라 염료식물로도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애를 삶아낸 물에 떡가루나 빵가루를 반죽하여 떡이나 과자를 개발해도 우리는 건강한 자연색소로 먹거리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마을 옛터에는 지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양애밭이 남아있다. 이곳 양애밭들은 옛날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집터들이다. 1948년 늦가을부터 1949년 봄 사이 4·3 항쟁 당시 군인과 경찰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불태워지고 초토화 되는 과정에 주인 잃은 집터와 양애밭만 남아 산마을의 옛터임을 말해준다.

이제 곧 한가위 명절이 다가온다. 햇과일 햇곡식과 함께 잃어버린 우리 부모 조상님께 옛 맛의 기억을 살릴 양애탕쉬 한 접시 어떠한가.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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