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나무. (사진=송기남)
다래나무. (사진=송기남)

ᄃᆞ래낭이라고 하면 다래나무의 제주말이다. 다래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도 자생지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특히 제주의 곶자왈과 한라산 숲과 계곡 주변에 많이 분포하는 덩굴성 다년생 목본 식물이다. 다래의 종류는 다래, 참다래, 섬다래, 쥐다래 등이 있다. 

다래는 어른 팔뚝 굵기의 줄기가 자라면 길이는 약 10m 가까이 뻗어나간다. 식물도감에서 소개하는 다래나무의 생장 길이는 하나같이 5~7m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줄자를 가지고 재어본 것인지 의심이 간다. 나는 나무 끝까지 타고 오르면서 측정해본 경험을 곁들여 약 10m 길이 정도라고 여기에 쓴다. 뿌리는 땅을 기듯이 뻗다가 줄기는 높은 곳을 향하여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 햇볕을 향한다.

이 식물의 생육환경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뿌리와 아래 줄기는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공기 습도가 많은 곳을 택하여 잔가지와 이파리는 햇볕이 드는 곳으로 뻗어 광합성을 한다. 특히 다래나무는 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밝은 곳으로 뻗어나가서 꽃을 피워야 열매가 많이 맺힌다. 

이것은 아무리 반음지 식물일지라도 곤충의 힘을 빌려서 꽃가루를 수정시켜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연계에 서는 자가수정이 불가능한 모든 식물들이 그 열매를 맺어줄 곤충들이 필요한데 곤충들은 밝은 곳으로만 날아다닌다. 

다래꽃. (사진=송기남)
다래꽃. (사진=송기남)

그러니 숲 그늘에 뿌리를 내려야 살아갈 수 있는 식물들은 꽃 피워 열매와 씨앗을 남기기 위해서는 높은 곳을 향하여 줄기차게 뻗어나가야만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한 인간이 숲가꾸기 사업에서는 나무를 타고 오르는 식물들을 구분 없이 잘라버리는 답답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다래는 정말 맛있는 과일이고 약용할 수 있는 자원식물이다. ‘맛이 달다’의 제주말은 ‘ᄃᆞㄹ다’ 가 되니 다래는 이름 그대로 ‘달고 맛있다’는데서 제주말로는 ᄃᆞ래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다래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해발 500고지쯤 되는 녹하지오름 위쪽으로 밀림에 들어가 높은 나무에 올라 따먹었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열 여섯 살에 가을 산에서 처음으로 다래맛을 본 후로 다래는 가을 산 열매 중에도 멍꿀이나 으름처럼 껍질을 버리고 먹는 과일이 아니라 통째로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방울 키위인 셈이다.

다래나무. (사진=송기남)
다래나무. (사진=송기남)

열매는 익으나 안익으나 같은 녹색이지만 키위처럼 설익은 것은 딱딱하고 익은 것은 말랑하다. 키위처럼 익을 시기가 되면 따서 며칠 놔두면 말랑말랑하여 후숙으로 익혀먹을 수 있는 산열매다.

열매에는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들어있고 단백질과 유기산이 들어있다. 다래는 잎과 열매 모두 약용한다. 동의학에서는 뿌리와 잎을 미후리라 하여 위장을 다스리고 청열작용을 한다고 하였다.

간염과 황달에도 약으로 쓴다. 말린 잎 50g을 물 4홉에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 하루 두 번 나누어서 먹는다. 열매는 동의학에서 연조자라 하여 당뇨로 인한 소갈증을 다스리며 요로결석을 치료한다하였다. 말린열매 30g을 물 4홉에 달여 물이 반으로 줄면 하루 두 번 나누어 먹는다.

다래. (사진=송기남)
다래. (사진=송기남)

봄에 나오는 다래 줄기의 어린순은 따다가 살짝 데쳐서 무침 나물로 먹어도 맛있는 산나물이다. 옛날에는 탄력성이 좋은 다래나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생활도구에도 이용했다. 옛날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은 테왁 망사리 테두리로 다래나무나 삼동낭을 쓰는데 다래나무는 삼동낭보다 훨씬 가볍고 원형 태두리를 만들기도 훨씬 수월하다.

해녀들은 태왁에 매달아 물에 띄워놓은 그물망사리에 전복 같은 해산물을 채취하여 담아냈다. 다래나무는 농부들이 밭갈이할 때도 소 멍에와 쟁기 손잡이까지 이어주는 양쪽 가림석(제주도말) 밭갈이 소를 조종하는 줄의 손잡이로 만들어 사용해왔다.

1970년대까지도 시골 노인들이 담배를 피울 때 곰방대를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가 있었지만 고급담배를 사서 피울 형편이 안되는 시골에 청장년층들은 물뿌리(필터)가 없는 30원짜리 새마을담배를 피워야 했다. 

돈 있는 신사들이야 맥아더 장군처럼 똥폼이라도 그럴싸하게 잡고 ‘ㄴ’자형 담배 파이프를 가지고 다니지만 시골 남자들에게는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간편하게 다래나무를 이용한다. 다래나무는 가운데 속심이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구멍을 쉽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래나무를 어른 손가락 길이로 잘라 철사로 파내면 즉석에서도 만들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래나무. (사진=송기남)
다래나무. (사진=송기남)

 

다래나무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는 성질이 있지만 그렇게 안 하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식물이다. 칡 줄기는 땅바닥을 기면서도 스스로 살아남지만 다래나무는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

다래나무 줄기는 전체적으로 나무를 감아서 조이지는 않는다. 나무를 타고 오를 정도만 감고나면 그대로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살아간다.

칡이나 송악넝쿨하고는 다른 성질이다. 그래서 다래나무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도 숲 나무들에게는 아무 지장이 없다. 다래나무를 마구 자르는 숲 가꾸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제주에서 열대우림의 밀림 속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은 다래나무가 주렁주렁 걸려있기 때문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