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사진=요행)

인터넷에 ‘호흡법’을 검색해 봤다. 숨을 쉬는 것엔 참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등산과 보행을 위한, 근육 증량을 위한 호흡법 등.

여러 호흡법이 있지만 고유의 기능은 하나다. 외부로 쏠려 있던 감각을 내면으로 집중하는 것. 호흡을 가다듬는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에 뭉친 곳을 풀어내고 숨의 순환, 곧 피의 순환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완전한 이완을 이루는 것이 곧 완전한 호흡이라는 뜻. 

보고 듣는 것만으로 내 호흡을 한 번 살피게 되는 곳이 있으니 오늘 소개할 책방이다. 이름하여 ‘숨 쉬는 오늘 그림 책방’이다.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므로, 숨 쉬는 것만큼 현재를 자각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한순간에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마력의 이름이다. 

이곳 책방지기 신보경씨는 책방 바로 옆에 요가원을 운영한다. 11년 전 제주에 정착하면서부터 요가를 배웠고 5년 전 이곳에 요가원을 열었다. 1년 정도 운영하다가 사정이 있어 한동안 문을 닫았었다가 지난해 재개원했다. 다시 요가원을 하면서 마음 수련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이걸 해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그 길에서 그림책을 만나게 됐고, 명상과 맞닿아 있는 그림책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방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올해 6월 18일에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책방은 내가 가 본 책방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듯 하다. 중산간 마을 장전리 내에서도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책방 옆 나무가 우겨져 있는 하천이 퍽 인상적이다. 자연의 초록 숨을 매일 같이 느끼고 맡으며 지낼 수 있는 곳이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기에 그만일 듯하다.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신보경 책방지기는 책방 옆에 요가원도 함께 운영한다. (사진=요행)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신보경 책방지기는 책방 옆에 요가원도 함께 운영한다. (사진=요행)

“호흡하는 것 자체로 우리는 모두 각각 완벽한 존재예요.” 

오늘 호흡 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신보경씨의 말 때문이다. 평소 숨을 쉬는 것을 자각하지 않기에 이 행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숨이 붙어 있으니까 사는 것이고, 사니까 숨 쉰다’는 다분히 자조적인 입장을 취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순간 내가 ‘완벽한 존재’임을 증명하게 됐으니 적잖이 당황했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주문을 걸지만 우리는 자주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러니 자신에 대한 확신이 종종 사라지고 쉽게 남과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자신에게 ‘완벽’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일이 의외로 왕왕 있다. 

보경씨는 호흡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한 일임을 몇 차례 강조했다. 덕분에 잊고 있던 상식이 떠올랐다. 호흡을 해야 신체가 움직이고 뇌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숨’. 즉, 호흡이란 점 말이다. 호흡하고 있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순리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빼곡하지 않은 서재와 매대가 여유로움을 안긴다.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빼곡하지 않은 서재와 매대가 여유로움을 안긴다. (사진=요행)

이 책방은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자아를 끄집어내는 곳이다. 책방 옆은 북스테이와 ‘애월요가’라는 요가원이 있고, 그 옆에는 이 세 곳을 운영하는 가족의 집이 있다. 원래 책방은 가족을 찾아 오는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룸이었다. 얼마 전 소개했던 ‘한뼘책방’보다 조금 크다. 책방 안은 꽤 여유롭다. 빽빽하지 않은 책장과 매대가 오히려 시선을 오래 붙들면서 그림책에 빠지게 하니 전략적이랄까. 

책방지기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늘 책을 가까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글자책이 힘겹게 다가왔다고 했다. 마음이 가벼워지기 위해 책을 들었다가 오히려 무거워지는 일이 잦아질 무렵, 그림책을 만나게 됐다고. 당시 본 그림책들은 글자가 거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렇게 스스로가 책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그림책을 몇 시간 동안 들여다봤는데 그렇게 그림책 안에서 뛰놀았더니 순수를 덮고 있던 근심이 사라졌다고.  

그림책의 간결한 글과 그림 속에는 우주가 있고 세상이 있다. 때론, 아무것도 없기도 하다. 철저히 독자 자신을 바로 보게 하는 힘만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보경씨는 그림책이야말로 좋은 명상 스승이라고 했다. 

이곳은 그림책 가운데에서도 그렇게 ‘마음공부’를 기준에 둔 책들로 채워져 있다. 마음공부란 마음을 얽어매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착하지 않기, 움켜쥐려는 것을 놓기, 손바닥을 펴 보이기, 곧 흘러가는 대로 두기. 그런 양방 소통의 원활함은 생각지 못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행운 같은 기회를 가져온다. 내가 막고, 진을 치고 애쓰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면 고립되고 고인물이 돼 결국 썩는다. 스스로가 괴롭다면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내부와 신보경 책방지기. (사진=요행)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숨쉬는 오늘 그림책방' 내부와 신보경 책방지기. (사진=요행)

어떤 책방인고, 궁금해서 갔다가 마음공부를 하고 왔다. ‘호흡’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내 삶에 여러 질문을 던졌고,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게 도우면서 나를 해방시켰다. 

여러분은 어떤가. 숨쉬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가? 코로 들이마신 한 숨이 폐를 지나 복부에 닿고 저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흐르는 것을 느끼는가? 숨을 쉬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어딘가 불편하다면 해방할 때다. 오늘 칼럼이 나쁘지 않았다면 신보경 책방지기의 경험에 빗대어 그림책 하나 들고 자연 속에 앉아 자신도, 시간도 흘러가는대로 둬 보는 건 어떨까? 지금은 참 시의적절하게도 생각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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