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사진=요행)

그림책 『디어 마이 호근동』은 독립출판사 ‘인터뷰’에서 제작됐다. 짐작했겠지만, 이 출판사는 인터뷰 책방이 운영하는 곳이다. 

책방 이름을 ‘인터뷰’로 정할 때, 부부는 ‘제주와 삶을 깊이 보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지금은 ‘폭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제주 바라보기’로 시야를 넓였다. 함께 나눠야 할 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의 마을 어르신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디어 마이 호근동』을 비롯해 ‘독립출판사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3권의 책을 냈다.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등재 과정과 가치,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다룬 『세계자연유산이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와 가난의 상징이었다가 심미적 가치와 식품의 재료로 조명받는 메밀을 다룬 『신이 내린 씨앗, 메밀』이 나머지 2권이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매대에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매대에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요행)

강시영 책방지기의 말에 의하면 이 두 권의 책은 ‘제주형 독립문고 시리즈’로 분류됐다. 공공기관에서 발간하는 향토자료는 비매도서인데다 소량만 발간된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이 접근할 기회가 적다. 책방지기는 제주향토인문자료서를 담당하는 독립출판사가 있으면 시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 그리고 출판은 독립출판사 인터뷰가 맡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제주형 독립문고 시리즈 두 권은 도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책방지기는 앞으로도 저명한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지질공원과 생물권보전지역, 제주 역사와 문화 등을 다루는 독립문고 시리즈를 계속 출판할 예정이다. 

책방 문을 열고 이듬해 2월, 강시영 책방지기는 사단법인 제주환경문화원을 열었다. 이 단체는 ‘제주의 환경,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에 주목하면서 자연, 인문 자원의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도미의 문화 향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뜻 있는 인사들과 함게 ‘제주환경문화원’이란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요행)

제주형 독립문고 시리즈를 만들고 제주환경문화원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부부가 기자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기자시설 함께 제주사회의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안을 모색했던 각계각층의 인사들과의 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환경문화원은 인터뷰 책방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책방에서는 이 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가 꾸준히 마련되고 있다. 올해 제주환경문화원이 주목하는 주제는 ‘물의 도시, 서귀포시’다. 이를 주제로 물의 역사, 가치, 활용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서귀포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도록 앞으로는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 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각 방면의 전문가 그룹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고 지속가능한 생태관광마을 설립과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제주환경문화원이 어떤 일들을 벌여나갈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요행)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뷰 책방은 심야책방과 책방데이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서귀포문화도시센터와 호근동마을회와 협력해 ‘숲속의 상방 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상방은 대청마루를 뜻하는 제주어다. 제주사람들은 방과 방을 잇는 상방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손님이 오면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니까 공동체 공간인 상방에서 제주 생태와 문화, 역사 등을 함께 배우고 끝엔 차롱 도시락을 같이 먹는 것이다. 치유의 숲 차롱가게 옆 쉼팡에서 야외 강연을 듣고 숲길을 함께 걸다가 맛보는 차롱도시락의 맛! 그 맛이 궁금하다면 참여해보시길!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문화행사가 있는 날에는 세미나실로 바뀐다.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문화행사가 있는 날에는 세미나실로 바뀐다. (사진=요행)

올해는 달마다 거의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책방에서 진행되고 있다. 본의가 아니었다. 현순안 책방지기는 원래 이렇게 부지런히(?) 책방을 운영할 계획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나, 둘 관심이 생기게 되는 것들에 대해 자리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매달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부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깊은 까닭에 북토크 콘서트와 원데이 클래스, 강연, 체험 등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연말까지 풍성하게 마련됐다. 

현순안 책방지기는 책방 초기엔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말까였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기 탓도 있었다. 하지만 강사들을 무료로 모셔야 하는 점, 강연을 들으러 사람들이 올까 하는 걱정 등으로 프로그램 기획하는 것이 제일 망설여졌다고. 그런데 기꺼이 걸음해 준 강사들이 있었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날씨가 좋으면 창 너머로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요행)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인터뷰 책방'.  날씨가 좋으면 창 너머로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요행)

초기 1년은 강사진들이 재능기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마을 하나에 책방 하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분들께 있었다고. 처음엔 스크린도 없이 노트북 화면을 다함께 보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그때는 강의하러 오신 분들이 오히려 사비를 들여서 두발 벗고 나서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주에 대해서 배우고 논의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곳. 이 책방은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새로움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책방이라고만 하기엔 이곳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또, 이곳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미래가 거대하다. 지금의 이 모든 과정들이 어떤 제주를 가져올지 설렘을 안긴다. 

아무리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들, 이곳의 본래의 역할은 책방이다. 책으로 소통하고, 책으로 사람들과 이어지길 바란다. 마음이 무거운 이들이 가면 짐을 내려놓고 올 수 있고, 제주가 궁금한 이들이 가면 무언가를 얻어가는 곳이다. 각자만의 안식과 평안을 인터뷰 책방에서 누리시길. 

 

 책방지기의 추천 책 

 현순안 책방지기의 추천 책  

#.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가 죽음 현장에서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과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세대와 성별을 가르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고,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강시영 책방지기의 추천 책 

강시영 책방지기는 3권의 소설을 추천했다. 김소윤 작가의 『난주』와 김훈 작가의 『흑산』, 조중연 작가의 『탐라의 사생활』이다.

『난주』와 『흑산』은 정약현, 정약전, 정난주 등 조선시대 명망 높은 명문가 집안의 인물을 다룬다. 이들이 신유박해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생활을 비추고 있다. 책방지기는 이이 책들에 대해 주요 등장인물에 따라  이야기와 전개 방식에 차이를 보여서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며 추천했다. 

#. 난주 / 김소윤 

정약현의 딸이자 정약용의 조카로 명망 있는 조선 명문가 장녀였던 ‘정난주 마리아’가 신유박해로 집안이 몰락한 후 제주도 관노비가 되어 견뎌야 했던 삶을 그려낸 소설이다. 제주도의 역사와 풍토, 서민들과 노비들의 학대받는 아픈 삶을 바탕으로 하면서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 흑산 / 김훈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지식인들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로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 생활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천주교 순교자인 황사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 탐라의 사생활 / 조중연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제주 거상 김만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책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법으로 김만덕과 당시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다. 

 

※ 인터뷰 책방은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8353 2층에 있어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은 쉬어요.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합니다.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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