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삶 속으로 혹은 흥미진진한 미래로 데려다줄 것 같은 입구. 살면서 가끔씩 이런 입구를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 이애경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p. 17
섬에서의 시간
섬타임즈는 ‘섬에서의 시간’과 ‘때때로 찾아오게 되는 섬 제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섬’은 ‘찾아가는 곳’이란 뜻이 깔려있다. 즉, 여행지라는 의미다.
섬타임즈는 위 문장같은 입구다. 무료한 당신이 잡아서 열기만 하면 흥미진진한 미래로 데려다줄 문. 애경씨는 그 문을 만들어 놓고 정성을 다해 책을 선정해서 진열한다. 세상에 쉼표를 찍어줄 책을 출판하면서 또, 자신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어쩌면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가 사람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 제주에 닻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쉼이 필요해 섬으로 떠나 온 이들에게 공간 한켠을 내어주고 좋은 것들을 흔쾌히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하면 ‘쉼’과 ‘이완’이 떠오른다. 여행길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희한하게도 여행이 끝난 뒤에는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그 기억들로 삶을 살찌우고 일상의 단조로움을 이겨낸다.
서로 다른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각각 다른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을 받는다. 섬타임즈에서는 ‘여행’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의 세계로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 여행지에서 향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일상은 넉넉해진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면 떠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길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p. 64)
위의 내용에서 ‘여행지’를 ‘책’으로 바꿔도 어색함이 없다. 그녀는 책방을 찾는 이들이 이곳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앞길이 더 선명해지기를 응원하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책
애경씨는 ‘사람 냄새 나는 책’을 좋아한다. 한 사람의 생을 다룬 책과 수필을 선호한다. 그녀는 책을 통해 삶을 배우고, 위안을 얻었듯이 자신의 책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꽤 오래전부터 글을 써 온 그녀가 첫 책을 펴낸 것은 30대 초반 무렵이다.
첫 번째 책 <그냥 눈물이 나>로 성공적 데뷔를 했다. 2년 후 펴낸 책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그녀의 소망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글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그녀의 여행메이트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의 시선에 따라 내 시선이 옮겨지고, 그녀의 감정의 흐름에 마음을 맡기면 답답해 있던 마음에 한적한 길이 새로 난다.
“내가 가는 모든 길이 선명하게 보여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길이 더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p.184)
“세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외로울 때 누군가는 외롭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외로워할 때 외롭지 않은 내가 위로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p.191)
“인생에 영원한 직진이란 없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언젠가 반드시 방향을 꺾어야 하는 때가 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p. 222)
사람 냄새를 사랑하는 일
사람에게 마음이 향해 있어서 책방 문을 열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녀이지만 맥을 풀리게 하는 손님이 가끔 있다. 책 내용만 사진을 찍어가는 경우,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탓에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가는 경우, 책을 떨어뜨리거나 들춰 보는 과정에서 훼손하고 책임지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손님들이 한편으론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 누군가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려와 어울림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타입이다.
애경씨는 먼 훗날 책방 공간을 사람들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글을 쓰는 작가들의 아지트가 돼서 그들이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독자와 관객들과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책도 있고 작품도 있으면서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실대는 곳 말이다.
그때 그 공간의 책들은 출판사 섬타임즈에서 펴낸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섬타임즈가 1막이라면, 후자는 섬타임즈 2막이 될 것이다.
섬타임즈가 키우는 꿈나무
많은 책들 사이로 무척 앙증맞은 책이 있다. 독특한 그림과 서체. 이 책을 만든 이는 초등학생이다. 책방지기의 친한 지인의 아이인데 어느 날 달력에다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것을 가져왔단다. 뜻밖의 선물은 한 권에 그치지 않았고 벌써 몇 권이 된다.
떡잎부터 남다른 성실함과 창의력을 지닌 이 초보작가는 섬타임즈 출판사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초보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작가들이 ‘섬타임즈’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책들을 쏟아낼 내일들이 기대가 된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지쳐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신호다. 그곳을 떠나라는 것.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때, 이곳 섬타임즈가 좋은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1.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폴러스 글·그림
1972년 출간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남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해 두렵지만 결국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덕분에 진짜 자신을 만난 두 나비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된 나비. 그들의 성장 과정은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2. 오디션 - 천계영 글·그림
1990년대 우리나라 만화시장의 대세를 완전히 바꿔놓은 화제작으로 이전에 없던 자유분방한 캐릭터와 독특한 그림은 뭇소녀들을 오랫동안 설레게 했다. ‘밴드 발굴 오디션’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네 명의 소년이 성장해 가는 모습은 당시 청소년들에게 삶 지침서가 되기도 했다.
※섬타임즈는 제주시 애월읍 소길 1길 15, 1층에 있어요.
매주 화~토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열어요.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에요. (이달엔 18일, 19일도 쉬어요!)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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